문학/자유게시판(단소리,쓴소리)

남을 이기기 보다는 양보하기

창호야 2009. 7. 15. 09:00

 

 

 

1932년 제10회 LA 올림픽 육상 5000m 결승전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관중들은 고개를 쑥 내밀고 출발선에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가 우승할까?"
"아마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거야."
선수들은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출발 신호만을 기다렸다.
"탕!"
출발 신호와 함께 선수들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경기 초반에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보였지만,
종반으로 갈수록 점점 실력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핀란드와 미국 선수가 두각을 나타냈다.
두 선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금메달을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널 따라잡을 거야!"
"무슨 소리! 넌 나한테 안 돼!"
마지막 한 바퀴! 2등을 하던 미국선수가 선두에 선 핀란드선수를 따라잡기 위해
바깥쪽으로 치고 나왔다.
"너한테 1등을 내줄 순 없지!"


순간 핀란드선수는 힘이 달려 비틀거리면서 본의 아니게 뒤에 바짝 달라붙은
미국선수 앞을 가로막았다.
"어어!"
감짝 놀란 미국선수는 균형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다.
두 선수는 결승점을 향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달렸다.
둘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핀라드선수가 간발의 차로 앞섰다.
"와,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다구!"
1등을 한 핀란드선수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러나 1등 선수의 기쁨과는 달리 관객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환호성 대신 야유를 보내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지?"
핀란드선수는 관객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기쁨을 접어두고 심판석으로 다가갔다.
"촬영 필름 좀 볼 수 있을까요?"
심판들과 함께 촬열 필름을 살펴본 결과,
자신이 2등의 진로를 방해했음을 알았다.
핀란드선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정당당하게 겨뤄 따낸 금메달이 아니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미국선수에게 다가가 말했다.
"승부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내가 그만 자네의 진로를 방해했네.미안하네, 1등은 자네야."
"그게 무슨 소린가,자네가 이긴 게 맞아."
곧이어 시상식이 열렸다. 금메달 수상자의 이름이 호명되었지만,
그 누구도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자네가 올라가게."
"아니야,자네 것인데 왜 내가 올라가나."
금메달을 서로 양보하는 둘의 실랑이를 본 관중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모두 다 일어나 두 선수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핀란드의 '라우리 라티넨'과 미국의 '랄프 힐'은
금메달보다 더 값진 모습을 보여줬다.






양보와 배려는 부메랑입니다.
양보는 타인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분명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