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박3일은 잡아야

제주의 해안도로 일주는 보통 제주시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게 된다. 그렇게 해야 오른쪽으로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어 경치를 보거나 쉬어가기 편하다. 해안도로라고는 해도 모든 제주 해안에 해안도로가 있는 것은 아니라 제주 일주도로인 1132번 지방도를 오가면서 해안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하게 된다. 대부분 왕복 4차로인 1132번 도로(예전의 12번 국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국도는 모두 지방도로 바뀌었다)는 대체로 해안에서 약간 들어가 있어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중간 중간에서 바다와 바짝 붙어 달리는 별도의 해안도로와 연결되는데, 바로 이 지점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대개는 해안도로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으며, 해안도로 옆에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는 곳도 많다. 이렇게 해안도로를 꼬박 일주하면 240킬로미터 정도 된다. 이 길을 무리해서 하루에 달려 버린다면 제주도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2박3일은 잡고, 조금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며 달려보자. 제주시에서 출발해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2박3일 일정인 경우, 첫날은 산방산 근처나 서귀포 중문에서 묵고, 둘째 날은 성산 일출봉 부근에서 잔다. 이렇게 돌면 하루 80킬로미터 정도씩 이동하게 되어 시간적으로도 여유롭다.
11군데 해안도로

제주시를 기점으로 보아 크게 11군데의 해안도로 코스가 있다. 각 코스마다 특색이 있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비경이 펼쳐진다. 그 중 하귀리~애월리 구간은 작은 언덕을 굽이치는 길이 매우 아름답고, 귀덕리~월령삼거리 구간에서는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게 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협재 해수욕장과 금릉해수욕장의 물빛은 한 번 보는 순간 무조건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바다 저편에 홀로 떨어진 비양도 역시 멋진 그림을 그려 준다. 고산리~일과리 구간을 지날 때는 여유가 된다면 수월봉 전망대에 올라 보자. 한경면의 드넓은 들판은 육지의 어느 평야 같고, 수월봉 근처의 완경사 들판은 유채화 속 풍경 같다. 모슬포~산방산 구간에서는 묘하게 굴곡진 송악산 일대 초원 언덕이 한없이 매혹적이다. 특히 송악산에서 북향하면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한라산 모습은 제주도 최고의 풍경 중 하나다. 이국적이면서도 토속적이고 웅장하면서도 소박하며, 작은 구릉지대가 울렁이는 듯한 이 해안길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다. 작은 포구들과 파도가 밀려드는 도로변의 바다, 옥빛 신양해수욕장, 구릉지대 초원이 이국적인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의 기경, 우도가 보이는 한적한 바닷길 등 실로 비경과 절경이 이어지는 신산리~세화해수욕장 구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길이다.

코스안내 해안도로를 일주하려면 최소한 2박3일은 잡아야 한다. 계획을 잘 세워 일주에 도전해 보자. (제주시 기점 반시계 방향)
1. 제주시 용두암~이호해수욕장 - 용두암에서 출발해 바닷가를 끼고 8km가량 이어진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벤치, 식당들이 즐비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다.
2. 애월읍 하귀리~애월입구 - 작은 포구와 아름다운 펜션, 리조트들이 이국적이다. 갓길에 자전도로가 나 있다. 11km.
3. 애월읍 귀덕1리~협재해수욕장~월령삼거리 - 바다 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 거리 13.5km.
4. 한경면 신창리~용수리 - 6km로 길이는 짧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바다와 매우 가까이 다가선다. 기괴하게 생긴 차귀도가 보이는 용수리 포구 근처의 길목이 압권.
5. 한경면 고산리~대정읍 일과리 - 거대한 해안절벽을 이룬 차귀도 바로 옆을 지나 바닷가 오름인 수월봉(44m)을 거쳐 제주의 시골 마을들을 조용히 스쳐 간다. 거리 13km.
6. 대정읍 모슬포항~송악산~안덕면 화순리 - 모슬포에서 송악산 가는 들판길은 너무나 독특해서 소설 [폭풍의 언덕] 배경처럼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주고, 알뜨르비행장 격납고는 제주의 간단치 않은 역사를 말해준다. 거리 14km.
7. 중문관광단지~서귀포 법환동 - 비경의 중문해수욕장과 신비로운 주상절리대를 품고 있다. 국제컨벤션센터를 지나 거대한 전각의 약천사를 거쳐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근처까지 이어진다. 거리 13km.
8. 표선면 세화리~민속촌박물관 - 거리는 얼마 되지 않으나 소박한 해안마을과 탁 트인 바다가 내내 길가로 함께한다. 드넓은 백사장의 표선해수욕장과 다채로운 볼거리를 갖춘 민속촌박물관도 놓치지 말자. 거리 6.5km.
9. 성산읍 신산리~신양리~성산리~세화리 - 길이가 29km에 이르고 볼거리도 가장 다양하며 극적인 곳이다. 일출봉 아래 성산리에서 하루 묵으며 우도나 일출봉을 찾아보기 좋다.
10. 구좌읍 한동리~김녕리 - 이 구간에는 제주의 바람을 이용하기 위한 행원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있으며, 김녕해수욕장을 제외하고 해변에는 용암이 바다에 흘러들어 급격하게 식어간 흔적들이 온통 뒹군다. 거리 10.5km.
11. 조천읍 함덕리~조천리 - 제주 시내를 지척에 두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해안도로다. 함덕해수욕장을 지나면 해변 곳곳에 자리한 리조트와 펜션들이 우아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길이 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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